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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다녀와서
미국인등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가고 있었다. 정상에
서 바라본 경치는 너무나 웅장하고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산은커녕 조그만 언덕하나 보기도 힘든 주
변지형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광활하게 전개되었다.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멈추고, 저 멀리 서쪽
하늘 구름에 반사된 저녁노을 사이로 지평선 너머 사라져 가는 태양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을 땐 너
무나 아름다운 일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앙코르왓트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 중에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현상을 우리는 불가사의라
는 단어를 붙여 쉽게 정의해 버린다. 앙코르왓트도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별칭이 말해주듯이 역시 대
단하고 신비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앙코르왕조의 전성기 수리아바르만 2세의 통치기인 1 2세기 중반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거대한 석조건축물은 1 8 6 1년 프랑스 박물학자에 의해서 발견되어지기 전에
는 울창한 수풀 속에서 웅크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있었다.
수리아바르만 2세는 생전에 부귀영화를 크게 누렸으며, 사후에는 바라문교 주신(主神)의 하나인 비슈
누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 웅장한 건축물을 지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실세계
와 사후세계를 이어준다는 뱀의 형상을 한 나가상으로 장식된 육교를 따라 폭이 약 150m 정도되는 해
자(垓字)를 건너 정문을 통과하면 다섯 개의 탑이 보이고, 돌로 깔아놓은 참배로를 따라 가면 중앙사원
에 다다른다. 중앙사원은 3층으로 되어있으며 1층 회랑의 벽면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는 권선징악의 내용을 보여주는 라마샤나, 바라타 왕국의 왕권쟁탈전인 왕자들 간의
전쟁을 묘사한 마바라타, 수리아바르만 2세가 묘사되어있는 역사회랑, 죽음의 신인 야마신이 나오는
천국과 지옥, 선신과 악신간의 천년 줄다리기를 표현한 내용 순서로 되어있다.
2, 3층으로 올라갈수록 신의세계에 더 가까워지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신분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
기도 하였다고 한다. 꼭대기에 물을 가두어 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은 단지 돌을 깎아서 돌끼리
맞추어 만든 곳으로 물이 새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돌을 조각하였다는 점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신의 세계에 좀더 가까이 갔다 왔다는 느낌을 간직한 채 앙코르왓트와 궁궐터인 앙코르톰을 모두 둘
러보고 나오자 해질녘이 되었다. 해가 지는 정
서쪽 방향으로 지어진 앙코르왓트 후방으로
전개되는 일몰은 이 건축물이 왜 현세와 사후
세계를 이어주는지를 느낌으로 알게 해준다.
한 시대에 가장 찬란했던 문명도 그 꽃을 피운
후에는 쇠퇴하기 마련이며, 세상의 모든 생명
체도 수명을 다하면 모두 죽는 것이 자연의 섭
리가 아닐까? 지는 해의 붉은 색이 새하얀 구
름들을 반사시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사자(死者)의 방향인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이
면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앙코르왓트가 지닌 그 상징적인 묘한 분위기
그림2. 앙코르왓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에 마음을 빼앗기고 사색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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