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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생기구 해서 지금 세상에 소를 키운댔자 아무 잇속이 없어.
처: 너두 아다시피 네 아버지는 집안 식구보다도 소를 훨씬 소중히 여기지 않니?
“사람은 안먹어도 소는 멕여야 한다. 농가의 자랑거리는 소니까” 이렇게 노상 말씀
하시지 않든?
- 유치진의 희곡 『소(1935)』 중에서
위생 정책에 근거한 근대 방역 제도는 개인의 삶과 지역 공동체의 삶을 변화시
켰다. 조선총독부의 강력한 가축전염병 관리 규정에 따라 질병에 걸린 가축은
경찰관, 헌병, 경찰 관리 또는 검역 위원의 지시에 따라 살처분되거나 이동, 판
매 등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면역혈청 주사가 강제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방역 정책은 전통적인 질병 치료와 예방에 익숙해 있던 농민들에게는 불
편함과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
출품으로서의 소의 경제적 가치나 근대 의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예방접종과 살처분을 비롯한 근대적 방역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
또한, 탄저 예방 백신 등을 시작할 때 농민들의 불신감을 없애고 권위를 부여
하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고 경찰의 지시를 따르도록 했다.
이와 동시에 수의학이라는 근대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질
병을 관리하는 체계가 자연스럽게 도입되었다. 1908년 수원관림농림학교에서 모
집한 수의속성과는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식 수의를 양성하는 과정이었다. 1년
과정인 수의속성과 졸업생은 우역의 예방과 치료, 식육 검사를 행하는 등 업무
를 수행하며 대중의 환영을 받고 축산계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
에 안았다.
14)
14) “금번(今番) 관립농림학교(官立農林學校)에서 수의학속성과(獸醫學速成科)를 신설(新設)하고 기한(期限)은 일
개년(一個年)으로 하여 수의(獸醫)를 양성(養成)하는데 우역(牛疫)의 방알급치료(防?及治療)를 실시(實施)하여
축산상(畜?上)의 참해(慘害)를 구제(驅除)하면 병(幷)히 개량발달(改良發達)케하여 한국인(韓國人)의 유일(唯
一)히 기호품(嗜好品)되는 식육(食肉)의 검사(檢査)를 행하여 공중에 안전한 식육을 공급하는 등(等)의 임무
(任務)에 취(就)케한다 한즉 차제(此際)를 당하여 속성과(速成科)를 지원졸업후(志願卒業後)는 수의(獸醫)가되
어서 전기(前記)의 업(業)에 취함은 세인(世人)이 대(大)히 환영(歡迎)할 ? 아니라 본축산(本畜?)의 개량진보
I. 일제강점기 가축전염병 정책의 변화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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