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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益山) 군관 하에도 군수 방한용품의 모피를 모으려 각 면에서 팔, 구십
두, 혹은 백오십 두가량의 개가죽(犬皮)을 모으는 중인데 이 때문에 각 면사무소에
서는 축견소유자로 하여곰 지정일에 개를 이끌고 오게 하여 군경입회하에 검사를
마치게 하는 까닭에 면사무소 앞뜰은 완연히 임시축견시장을 벌린 듯한 감을 주게
되고 이에 따라 진기한 풍경도 가지각색이었다. 십 리, 이십 리 밖에서 남녀노소가
혹은 지게에 짊어지고 혹은 새끼로 묶어 끌고도 가며 부인네나 아히들은 개를 안
고 또는 업고가기도 하는데 그러다가 개가 툭 튀여서 논틀, 밭틀로 도망을 가면 어
른이나 아이들은 그 뒤를 쫓아가다가는 할 수 없이 엉엉 울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
으며 또는 여러 해를 정이 들게 먹이든 개를 죽일 생각을 해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끌려가는 개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잔약한 안악네도 있을 뿐더러 검사에
합격하여 도살처분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별문제로 검사에 불합격되어 개를 도로 끌
고 가는 사람들은 허덕거리는 양이 가관이려니와 촌촌마다 개고기 사태가 나서 금
년 음력설은 개고기 잔치가 풍성풍성하게 되었다 하여 사랑방 구석마다 이야기의
꽃이 피어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1938.1.28.)
전통사회에서 개는 일반적인 가축과는 다른 동물이다. 개와 인간은 삶의 모든
공간을 공유하며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한 동물이다. 따라서 개의 전염병은 다
른 가축의 전염병과는 다르다. 일제강점기 소의 전염병 방역이 농가의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지면서 방역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높였던 반면, 광견병에 대한
방역 정책은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을 가져
왔다. 그러나 광견병에 대한 계몽을 담은 기사와 전문가의 기고문들은 광견병
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축견단속규칙 등 예방책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따
라서 광견병에 대한 위험성과 예방의 중요성은 대중에게 충분히 인식되었을 것
으로 보인다.
II. 일제강점기 주요 가축전염병 ― 2. 토착형 질병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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