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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전염병은 인간사회에서 특정한 병원체가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이름 붙이고 이에 대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disease both as a biological event caused by particular
micro-organisms and pathological processes, and as a social phenomenon
that does not exist until we have agreed that it does, by perceiving,
naming and responding to it”
1)
). 따라서 가축전염병 병원체를 동정하고 백신
을 제조하는 기술적이고 생물학적인 작업을 둘러싼 대중의 인식과 반응, 질병
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가축전염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하
다. 특히, 근대 수의학이 도입되고, 식민 지배가 시작되었으며 농업에서 축산업
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20세기 초는 큰 변화의 시기였다. 이 시기의 가축전염병
의 발생과 방역 정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분석이 필요하다.
국가가 관리하는 가축전염병의 통계와 방역
2)
20세기 초 한반도의 가축전염병은 근대 수의학과 위생 정책의 관점에서 재구
성된다. 역(疫)으로 통칭되던 전염병은 원인체인 미생물에 근거하여 이름이 붙
여졌다. 또한 감수성이 있는 가축에서의 발생을 국가가 조사하게 된다. 1876년
개항 이후 조선의 학자와 관료들에게 일본의 위생 정책은 강력한 인상을 주었
다
3)
. 당시 일본은 서양에서 수입한 위생이라는 개념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여
국가가 위생을 관리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 생활 전반에 개입
할 수 있는 정치적 근거를 부여했다. 소독이나 청결을 통해 위생 상태를 개선
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국민과 부강한 국가의 기반이
1) Woods, A. (2011). A historical synopsis of farm animal disease and public policy in twentieth
century Britai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6(1573),
1943-1954; Rosenberg C. (1992). Framing disease. Explaining epidem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305.
2) 이 부분은 천명선·심유정(2015). 「근대 우역 개념 및 방역제도의 변화」, 『농업사연구』, 14(1), 17-35.에 발표
한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3) 정민재(2006). 「근대 의학 수용에 대한 자주적 노력-개항에서 대한제국시기까지」, 『한성사학』, 21, 49-79.
I. 일제강점기 가축전염병 정책의 변화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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