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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학검역원정보지
법계사(로타리 산장)로 오르는 무아지경의 세계
새벽 3시 40분이 되었을까? 김효룡 사무관이 이끄는 선도팀이 지리산 입산을 알리고, 각 조장들의
목소리는 자기 새끼를 찾는 짐승들의 울음소리 마냥 산중을 울렸다.
중산리 매표소에서 칼바위 - 법계사(로타리산장) - 천왕샘 - 천왕봉까지는 약 6키로 미터로, 시간상
으로는 4~5시간 정도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낮이라면 중산리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우뚝 솟은 칼바위도 볼 수 있으련만,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과 뒤집어 쓴 우의,
쏟아지는 비 소리에 그 흔히 들리는 새 소리는 고사하고, 계곡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앞서
가는 사람 뒤꽁무니를 따라 불빛과 땅바닥만 쳐다보고 오르고 또 올랐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
졌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땀에 젖었는지, 비에 젖었는지도 잊은 채 오르기만 해야 했다. 어디쯤 왔는
지도 모르겠고, 숨이 찰만도 한데 앞선 사람들은 계속 가고 있으니 무조건 따라서 갈 수 밖에 없으니,
무아지경의 세상에서 고뇌의 수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법계사 산장에 거의 도달해 간다는 의미인지 오르막만 있던 산자락에서 평탄길이 나타나고 세상의
모습도 희미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들의 소리에 로타리 산장은 금방 시골 장터 같이 소란
스러워졌다. 1차 선택은 여기서 이루어졌다. 다시 내려갈 사람, 천왕봉을 넘어 백무동으로 갈사람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마음 같으면 힘든데 내려 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분위기는 어느 새 계속 올라가는 쪽으로 기울어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천왕봉을 향한 새로운 도전
누구나 손쉽게 천왕봉을 오를 수 있다면 민족의 정기를 품은 지리산으로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로터리 산장에서 천왕봉까지는 약 2키로 미터가 넘는 길, 2시간 정도를 더 걸어서 올라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올라온 것은 연습에 불가한 것인가? 로타리 산장에서 천왕봉까지는 산세가
험하고 가팔랐다.
지리산 중턱에서 생수를 한 바가지씩 먹고 힘이 났는지, 천왕봉을 향한 일행들의 모습이 비장해 보였다.
빗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날이 밝아져 주위는 보였지만 자연의 위대함은 안개와 비에 감쳐줘 있었다.
맑은 날씨면 남해 바다가 보일만도 한데...
산행 길은 잘 다듬어져 있었다. 수년전만해도 줄을 타고 바위를 기어서 올랐던 기억이 있는데, 그곳은
나무 계단으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곳곳에 버티고 있는 큰 바위들은 비에 젖었지만 그 위엄과 위상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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