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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소를 잃는다는 것은 농업 생산성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하며 이는 이후
흉작, 기아, 인간의 전염병과 연계가 되어있다. 따라서 우역은 당시 큰 재앙으
로 인식되었다. 일부 소의 전염병은 가뭄 또는 홍수 등의 기후 변화 추세와 연
계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또한 훈족의 이동(4세기), 십자군 전쟁(11-12세
기), 몽골의 확장(13-15세기) 등 인간과 가축의 대규모 이동이 유럽과 아시아
지역 내 우역 전파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과 더불어 발생했던 우역은 유럽 인구를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데 일조한
다. 당시 영국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한 소 돌림병이라는 뜻을 가진 “murrain”
이라는 단어는 이런 공포를 반영한 듯 글자 그대로 죽음을 뜻한다. 당시의 우
역이 우역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인지 탄저, 구제역 등 다른 질병을 통칭하는
것인지는 물론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18세기 초반 러시아 남부를 시작으로 유
럽 전체에서 2억 마리에 가까운 소를 죽음에 이르게 한 우역은 근대적 개념의
우역(rinderpest)라고 볼 수 있다. 우역은 러시아 소의 판매와 군대의 이동 경
로를 따라 이 질병은 이탈리아까지 퍼져 나갔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
기 우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18세기 이후 중국에서는 우역이
풍토병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18)
한반도에서 우역은 조선 중기 이후에 수백 년간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조선왕
조실록』은 1541년을 시작으로 소의 돌림병과 그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병자호
란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측되는 1636년 우역은 다음해까지 전국적으로 전
파됐다. 그 이후에도 1660-80년대, 1740-60년대의 대규모 발생을 비롯해 크고
작은 규모의 우역 피해가 주요 사건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주
로 한반도 북부에서 발생한 우역이 남쪽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우역은 북쪽에서 국경을 넘어 전파되어 오는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감염우의
급격한 폐사와 겨울을 중심으로 한 발병 등으로 추측할 때 조선 중기 이후 우
역(cattle plague)은 현대적 개념의 우역(rinderpest)일 가능성이 높다
.
19)
18) Spinage, C. A. (2003). Cattle plague: a history,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pp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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